7.5 테크노마트



핸드폰을 고치러 테크노마트에 들어갔다. 일주일동안 그 느려터진 액정유리를 빡빡 문질러대다가 급기야 짜증이 폭발해서였다. 내 다시는 모토로라를 사지 않으리... 6층까지 올라가 모토로라 as를 찾았다. 번호표를 뽑아 기다렸다. 번호표 뒷면에 고장내용과 요구사항을 적으니 면적이 부족하다. 두어 명을 기다려서 기사를 독대하고 앉아있자니 그의 사무적인 태도가 마치 안드로이드 로봇 같다. 따라서 나 역시 미리 작성한 그 구구절절한 내용을 사무적인 목소리로 읽어 내렸다. 통보받은 수리시간 약 30분. 이런 경우 상당히 당황스럽고 고통스럽다. 그 억겹의 시간동안 내가 이 우주같은 공간에서 대체 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벽에 걸린 TV에서는 재방송 무한도전이 나오고 있고 잡지꽃이에 들어있는 여성잡지를 차마 꺼내들지 못한 이유는 무거워서다. 과연 나는 이 같은 상황에서 보다 자의적인 선택을 할 수는 없는가? 오호라 이곳은 유명한 전자제품의 메카가 아니던가. 이참에 내가 원하던 전자담배 듀라C pcc풀셋트를 구입할 수 있다면 난 지금 이 시간, 이곳 테크노마트에서 미처 예상치 못한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도 있으리라... 유리문을 밀고 나와 복도를 걷는데 상인들의 간절한 호객성 멘트에 일일이 댓구하려니 금새 피로해진다. 아 진짜 짜증나게 전자담배고 뭐고간에 역시 이런 바둑판같은 공간에 들어선 자체가 무리였던거다.  난 이미 모토로라로 돌아가는 길을 잃었다. 그냥 거기 앉아서 리빙센스나 뽑아보는 건데.... 이번엔 내가 상인들한테 먼저 말을 건낸다. 이 사람들, 아까와는 다르게 길을 알려주는 목소리와 표정에 친절이 배어있다. 그렇구나. 이 사람들은 이 반짝반짝한 공간에 하루종일 갇혀 심심했던 거다. 대화, 사심 같은게 섞여있지 않은 대화가 하고 싶었던 거다... 몇 바퀴를 돌았지만 내가 모토로라를 못 찾은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그새 이자들이 출입문을 셧터스크린으로 가려버렸다. 문을 밀고 들어가 직원한테 따졌더니 건물이 흔들려서 대피령이 내렸다고 침착하게 설명했다. 아까 무한도전이 나오던 tv에서는 ytn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직까지 내 핸펀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아까 그 로봇같은 as기사한테 건물이 무너질지도 모르는데 수리는 무슨, 난 그에게 그만 퇴근할 것을 권했다. 시기적절한 나의 농담에 웃는 그에게서 다분히 인간적인 모습을 봤다. 이제 그는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핸드폰을 받아들고 나와 걸으며 인터넷을 켰다. 한결 부드럽고 빨라졌다. 습관적으로 네이버를 눌렀다. 테크노마트가 뉴스속보로 올라와 있었다. 이런 제기랄, 그러고 보니 과거에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일주일 전, 난 거기 지하공간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은 적이 있었다!! 느려터진 에스컬레이터를 두계단 씩 건너뛰기 시작했다. 상인들은 더 이상 나한테 호객멘트를 날리지 않았고 이곳의 분위기는 놀랍게도 평온했다.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건 내차가 지하1층에 있는가 지하 2층에 있는가를 기억해내는 일이다. 만일 상황이 나빠진다 해도 그래, 난 괜찮다. 방금 나는 고장난 핸드폰을 말끔하게 수리 받았으며 내 핸드폰은 충격과 분진, 극한 상황에 강하다는 모토로라 디파이니까... 뉴스를 보니 건물이 흔들렸다는 시간이 10시 30분이고 내가 테크노마트를 들어간 시간은 12시50분이었다. 쉬쉬하면서 입주상인들한테만 대피령이 내려진 시간은 13시가 다돼서 였다. 나를 포함한 손님들은 이후 한참동안 아무런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내가 건물을 빠져나오는데도 지하주차장으로 입차하는 차들이 여러대 있었다. 이미 건물밖에 방송국차량, 소방차들과 재난구조대원들이 진을 치고 대기하는 북새통에서도 테크노마트 측에서는 뒷문으로 손님을 들이고 있었다는 얘기다. 방금 자정뉴스를 보다가 이게 어딜 봐서 무너질 건물로 보이냐는 프라임산업 대표의 인터뷰를 보자니 저거 저런식의 발언이라면 매우 열 받는 일이다. 저런 뻔뻔스런 개자식이 다 있다니... 이렇듯 우리 대한민국은 알카에다 없이 빌딩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는 위험한 나라다. 씨~ 낼 새벽수영가는 날인데 잠이 안 온다....



 

 


Leave a comment

submit

1 ... 6 7 8 9 10 11 12 13 14 ... 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