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목리에 부쩍 고물도둑이 드나든다고, 또 밤부터 눈이 온다고 해서 작업실에 들어왔다. 앞으로 약 석 달? 상황을 선택할 만큼 여유가 없으므로 이번엔 졸업작품까지 싸그리 쓸어버릴 참이니 분류고 뭐고 필요 없겠다, 반나절에 끝장낼 생각으로 아랫집 자재창고부터 들어간다. 갯 수로 쳐서 한 육만 개쯤 되는 자재와 쇠붙이들이 바닥에 꽉 달라붙어 있다. 약간 착잡해진 내 머리속에서 역설이 교차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이 무거운 것들을 짊어지고 무슨 부귀를 누려보겠다고. 난 지금껏 거지처럼 살아왔구나. 옆에서 거들어주는 애들한테서 이것도 팔 거야? 라는 질문이 10초마다 한 번씩 들려온다. 성명이가 말한다. 총알을 다 팔아치우고 총만가지고 싸울거냐고 그런다. 상관없다. 기세가 말한다. 고철 가득한 창고를 보여주면서 이게 자신의 보물창고라고 자랑을 했다는 형제대장간 노인네 이야기를 한다. 그럴 수 있겠다. 정훈이는 모시던 선생님 얘기를 한다. 주기적으로 적당한 때가 되면 모두 비우고 새로 시작하는 삶의 자세에 대해 말씀하셨단다. 좋은 가르침이다. 춘일이형이 말한다. 아무짝에도 쓸 수 없는 고물 같아 보이지만 철 작업하는 사람한테는 이것이 곧 에너지라고 한다. 맞는 얘기다. 나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데 지금 내 마음이 안좋겠다고 옆에서 사람들이 쓸데없는 걱정을 자꾸 해주니 점점 심기가 불편해진다. 부질없는 기레빠시. 잠시 담배를 물고 앉아서 이것저것 만져보니 쇳조각들 하나하나에 즐거웠던 기억들이 묻어 있다. 정말로 다 기억난다. 뚜렷한 영상이 보인다. 5톤 집게차를 전화로 불러들였다. 두어 시간 팔장 끼고 대충 일을 거들었더니 순식간에 적재함 가득이다. 고물상에 도착해 계근대에 올라서니 키로당 330원 해서 2870키로가 나온다. 집에 돌아와 오만원권 얇은 돈다발을 마누라 앞에 툭 내려놓는다. 치, 지난 10년동안 끌고 다닌 화성공장의 잠재자산 2.8톤 떨어지는 소리가 고작 ‘툭’이라니.... 창문밖에 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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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at 2010/02/18 01: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