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내린 그의 양손에는 그의 덩치만큼이나 부피 있는 두개의 검은 비닐 봉지가 들려있었다.
그걸 본 나는 지난 식사 때 스쳐 지나갔던 약속하나를 떠올렸으며 저 안에는 약속이행의 준비물이 들어있을
거라는 걸 직감했다.
그날 저녁, 향긋한 파스타 냄새가 동네가득 퍼졌고 우리는 여느때 처럼 윤엽이 형의 작업실로 모였다.
이곳 목리에서 어언 3년, 라면 아니면 삼겹살이었던 단조로운 식단에 종지부를 찍는 화려한테이블셋팅에 우
리는 환호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순간, 대형 알루미늄 솥의 뚜껑이 열렸고 가득찬 해물 파스타의 엄청난 양에 우리는 다시
한번 환호했다. 배가 몹시 고팠던 나는 얼른 한 젓가락을 삼켰다.
'!!..그런데 뭔가 빠진 맛이다...싱겁다.. '
난 곧바로 음식투정 잘하기로 유명한 윤엽이형의 표정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애써 태연한 그는 태어나 처음
먹어본다는 파스타를 목으로 넘기지 못하고 입에서 우물거렸다. 다소 싱거웠던 그 음식에 대한 나의 평은
"김치랑 먹으니 간이 딱 맛군요" 였다.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그 날, 우리에게 특별한 저녁식사의 즐거움을 선물해준 그의 성의에 진심으
로 감사하며 그에게 파스타를 만들때 적당한 양을 계량할 수 있는 편리한 고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