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넘게 조각계 주변을 전전해왔지만 나는 그를 한번도 만나 본 적이 없다. 다만 주변사람들의 대화 중
에 섞여 나오는 그의 이름을 간간히 접해봤을 뿐이다. 작가도 그렇지만 작품 역시 실제로 본건 두어번 정도
에 불과하다. 그 중 인상적인 작품은 10여년 전 학부시절, 광주 비엔날레 단체관람 중 봤던 [미스터 리Ⅱ]이
며 1995년 그의 작품인데 형상에서 강력히게 뿜어져 나오는 조각적인 힘이 당시 나에게는 엄청난 충격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구본주는 한국 조각사에 굵은 획을 긋는 사람이고 조각적 재능을 타고난 운 좋은 사람이
며 그런 그를 보는 난 그의 천부적인 감각을 부러워 하는 조각가 지망생 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주변에는 그와 친했거나 서로 알고지내던 사람들이 꽤 많다.
"그 많은 군중들 속에서도 본주형 목소리만 들렸지." "본주형이 언제한번 우리학교에 찾아온다고 했어요."
"본주형 작업실에 산소토치가 있는데 그거 죽여주지." "본주형. 힘이 장사야. 이런 두꺼운 철판을 휘고 두들
겨서........"
본주형.... 이 사람도 본주형, 저 사람도 본주형.....
작년에 신문에서 '구본주 교통사고로 타계' 라는 기사를 읽었을 때 충격과 함께 이상하게도 마음한편으로 마
치 지금껏 알고 지내던 형이 죽었다고 하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한동안 남아 있었다. 조각가 구본주. 내가
아는 범위에서 누구보다도 철을 잘 다룬 사람, 좋은 작가 구본주.....
철로 만든 이 꽃을 고인이 된 본주형께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