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간, 그래도 오늘은 기분이 깔끔한 편이다. 새로운 작업실의 셋팅을 끝냈기 때문이다. 잠깐 네이버에 남긴 사진기록을 들춰보자. 난로연통을 매달고 일을 시작한게 1월14일 부터였으니까 이런, 유감스럽게도 한달이 넘어버렸다. 아까 오후 2시 경, 그러니까 사람들이 가장 북적이는 시간대에 작업실에 가설치 돼있던 거의 모든 집기와 연장들을 주차장 가득 꺼내 진공청소기를 요란하게 돌리고 그라인더로 시뻘건 녹슨 철판의 쇳가루분진도 뿜어대 보았다. 한 두어 시간 정도 쉬지 않고 소란을 피우자니 가족 나들이하는 사람들 한데 미안한 마음이 있기는 했지만 이곳 헤이리울타리 안에서도 특히 딸기가 좋아 섹터의 장소성과 내 작업공간의 특수성, 그럼에도 각자 생긴 대로 갈 수밖에 없는 이런 어떤 필연성. 그러니까 솔찍히 말하자면 앞으로 날 성가시게 할지도 모를 잠재적 민원을 의식한 일종의 가혹테스트였던 셈이었다. 근데 여기는 알려진 대로 과연 예술인 마을이 맞긴 한가보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그냥 예술행위로 봐주는 눈치였으니까. 그렇다면 놀랍게도 여기가 오히려 목리보다 자유로우며 적당히 재미도 있는 환경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드는데, 이런 건 다행인가 행운인가. 어쨌든 이제부터 여기는 제2공장이다. 벽체는 샌드위치판넬 시공을 적극 권장한 주변사람들의 권유를 완전무시하고 시멘트보드를 발라주었다. 시간과 비용을 조금 더 들여야 했고 단열을 포기해야 했다. 게다가 나한테는 값비싼 재료였지만 이 건물은 준공 불과 3년된 키네모가 아니던가. 현연이형의 도움으로 목리에서 떼온 철망과 형광등을 천정에 달았고 바닥에는 사천왕작업 할 때 남은 철판을 깔았다. 문제는 화덕이 없다는 점인데 이것은 신체기관으로 치면 심장에 해당된다. 하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다. 이는 순전히 주차장 천정 여기저기에 달려있는 저 멍청한 화재경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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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at 2011/02/21 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