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요일 이었다.
작업실 바닥에 깔 철판을 열심히 갈고 있는데 아까부터 누군가 뒤에서 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니 노인 한분이 물끄러미 서계셨기에 기계를 멈췄다.
누구시냐고 대뜸 그러기가 뭐해서 그저그런 인사를 드렸다.
그분께서는 집에 있는 나무 우체통이 썩어서 쇠로 만든 우체통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편안한 옷차림을 보니 마실 나오신 것 같아 보여 댁이 어디시냐고 물었다.
“누구..누구네 집...”이라고 하셨는데 목소리가 하도 작아서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긴 사실, 누구네 집이라고 설명 해봐야 여기 온지 얼마 안 된 내가 이 마을 구석구석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거니와
우체통하나 만들어 달라는 사람한데 딱히 필요 없는 질문이긴 했다.
그래도 이미 질문을 한 내 입장에서는 답변을 정확하게 알아듣지 못했으므로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네? 누구네 집이요?”
“도현네... 내가 도현이 애비요...”
그렇구나. 이 동네에 가수 윤도현이 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자. 이제 이분의 용건은 대충 다 알아들었다.
아직은 작업공간이 완벽하지 않고 바쁜 일들 때문에 앞으로 몇 달 동안은 안된다고 적당히 거절을 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렇게 내가 입을 뗄 무렵, 이분께서 먼저 말씀하셨다.
“일단 가격이 얼만지,.. 비싸면 안할거야...”
“ 네? 동네분이니까... 싸게.. 해 드려야지요...“
헐,... 이건 순전히 그냥 반사적으로 나온 대답이었다.
예상치 못한 대목에서 갑작스런 흥정에 순간 내가 당황을 해버린 거다.
그동안 실제로 바빴다. 작업장을 다듬고, 워크샵을 다녀오고, 전시장을 꾸미던 중간중간,
윤도현이 진행하는 라디오를 들으며 이 우체통을 만들었다.
도현네 우체통, 565*250*43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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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at 2011/05/03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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