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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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공장장:
그날 영화관에 함께 못가서 죄송했습니다. 그래, 악마는 보셨습니까?


이주연: 주신 표2장으로 인터넷예약을 한 상황이었습니다. 못오신다고 해서 불러낸 친구가 돌연 잔인한 영화는 못 보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설득을 했지만 그 친구는 끝내 가버렸습니다. 어떡할까 잠깐 고민하다가 저는 그냥 혼자서 보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이전에도 혼자 영화를 보러 다닌 경험이 있거든요. 티켓팅을 하는데 매표소직원이 현재 시간대 관객이 한명도 없다고 했습니다.

 극장은 지하 1층이었습니다. 설마 했지만 정말로 아무도 없는 극장에 혼자 앉아있자니 기분이 묘했는데 그보다도 의자가 어찌나 더러운지 얼룩과 때가 꼬질꼬질한데다 쾌쾌한 냄새, 그건 찌든 냄새와 염소계 세제 냄새가 합쳐진 그런 냄새였습니다.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으스스한 기분이 들어 친구한테 문자를 날렸습니다. ‘어떡하지 나 지금 여기에서 나가고 싶다’라는 내용이었어요. 처음에는 친구로부터 회신을 받았지만 그 이후로는 안테나마크가 없어지더니 문자 송수신이 안되더라구요. 점점 불안해져서 그냥 나가버릴까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스크린에 커다란 남자의 그림자가 나타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두 번째로 입장한 관객이었습니다. 그분은 제가 앉아있는 뒷줄 대각선상에 자리를 잡더군요 ‘아마도 저분 역시 이 상황에 당황스럽겠지‘ 라는 생각을 하니까 그때부터는 조금 안도감이 들더라구요.

 잠시 후 영화가 시작됐습니다. 듣던 대로 영화는 초반부터 잔인했습니다. 특히 살인에 앞서 그냥 봉고차에서 내린 최민식씨의 표정. 그것은 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분이 어떤 스타일의 연기를 펼칠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영화 밖에 있다고 생각했나 봐요. 제가 그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도망쳐 나온 건 바로 다음 장면 이었습니다. 잔혹한 토막살인에 이어 시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하수구에 핏물이 흐르는 장면이었는데 바로 그 냄새, 아까부터 계속 거슬렸던 극장안의 냄새가 화면의 장면과 일치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약 15분 정도 그 영화를 보다가 더 이상 못견디고 나온 겁니다.



화성공장장; 어느 극장이었습니까?



이주연: 신사역 근처에 있는 극장이었습니다.



화성공장장; ....그랬군요. 결과적으로 본의 아니게 저 때문에 언짢은 경험을 하셨군요. 죄송합니다.



이주연: 잠깐 본거지만 거기 나오는 끔찍한 살인도구들을 모두 만드셨나요? 이제 극장에서 내렸으니 나중에 비디오로 보셔야겠네요?


화성공장장: 아뇨. 영화는 보지 않을 생각입니다. 주연씨 말을 듣고보니 저 역시 15분 이상 그런 종류의 끔찍한 장면들을 목격할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제가 만든 도구는 주연씨가 보신 영화초반, 극중 주연의 살인 장면에 쓰인 망치와 엔딩부의 정글도입니다. 그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어보긴했습니다. 그런데 듣자하니 정글도가 단두대로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감독의 입장에서 제가 만든 정글도 정도로는 자극성이 빈약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이주연: 정글도 라면 어떤 모양의 칼인가요?


화성공장장: 매우 위협적이며 충분히 자극적인 형태의 칼입니다.



이주연: 그렇군요....



화성공장장: 벌써 늦은 시간 입니다. 버스가 끊겼을 테니 오늘은 집까지 바래다드리겠습니다.



이주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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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의 망치, 225*130*55m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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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도, 830*145*50m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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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at 2010/10/03 22:45
  1. BlogIcon 마루프레스 2011/03/10 21:08 Edit/Del Reply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최민식 씨가 쓴 흉기를 공장장님이 만드셨군요. 이 글 보고 알았습니다. 저는 아주 재미있게 본 영화여서 더욱 흥미롭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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