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휘에게 .
다시 겨울이 돌아왔다. 이번 겨울이 아마 네가 목리를 떠나고 세 번째 돌아오는 겨울인가 싶다. 난 해마다 겨울이 되면 네 단짝이었던 승연이를 장가보내고 저 아랫집 골방에서 혼자 오돌오돌 떨고 지내던 너의 그 안쓰러운 모습이 떠오른단다. 그 해 겨울의 넌, 예술을 사랑했지만 돈이 없었고 장작 패는 일은 몹시도 귀찮아 했었지...
돈휘야. 지금은 니가 지내던 그 방에는 그림 그리는 윤기씨가 살고 있다. 그 친구... 몇칠 전에는 월동준비로 파이프를 처마에 연결하고 비닐을 덮어 바람막이 공사를 했는데 너와는 다르게 매우 꼼꼼하고 부지런하며 정리하는 걸 즐기는 사람이지. 윤기씨가 이번에 들여 놓은 삼구짜리 연탄난로는 오늘처럼 바람이 매서운 날에도 제법 은은한 화력을 발산하는데 그 곁에 오손도손 모여 있자면 겨울 정취가 물씬 느껴진단다.
참, 전에 나한테 주문해서 만들어간 해적삼발이는 잘 쓰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참, 신혼생활은 어떠하냐 행복하지? 끝으로 재수씨한테 안부 전해다오. 아참, 내 정신 좀 봐라... 본론을 빼놓고 글을 닫으려 했구나.
얼마 전에 병상에서 낳지도 않은 몸으로 집회에 다녀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요즘의 시위문화는 참으로 아름답더구나. 언젠가부터 집회 때마다 수천의 군중이 들고있는 평화로운 촛불들의 장중한 행렬은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더구나. 그래서 사실 오늘은 너에게 주려고 촛대를 하나 만들었다.뭐 별거 아니지만...나는 이 촛대의 이름을 '폭력 없는 세상에 핀 한송이 불꽃'이라 지어보았다. 군중 속에서 이 기다란 촛대를 높이 들어 너의 가슴에서 끓는 피를 더 높게 분출할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부디 내가 만든 이 촛대가 너한테 유용하게 쓰이기를 바라며......2005년11월29일 목리에서, 화성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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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at 2008/09/22 02:02





